한국 현대건축 1세대 김중업(1922~1988)과 근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운명적 만남을 조명하는 사진전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이 오는 11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복합문화공간 ‘연희정음’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동시 개최됩니다.
전시에서는 또 다른 비공개 건축물이 처음으로 일반에 소개된다. 1968년 완공된 ‘진해 해군공관’은 군사시설 특성상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었지만, 건축사진가 김용관이 최근 촬영한 현장 사진을 통해 김중업의 공간 실험이 드러납니다. 전통 지붕 형태, 힘 있는 구조, 자연과의 유기적 조화를 통해 김중업이 추구한 공간의 정신성이 생생하게 담겼다. 특히 천장에서 빛과 구름을 끌어내는 천공 디테일은 그가 추구했던 건축의 시적 언어를 고스란히 전합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은 프랑스 출신 사진가 마누엘 부고의 렌즈로 조명됩니다. 그는 찬디가르 대법원 등 인도 건축 프로젝트를 오랜 시간 기록해왔으며, 이는 김중업이 직접 설계 도면 작업에 참여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마누엘 부고의 사진은 두 건축가의 건축 세계가 물리적으로, 또 개념적으로 어떻게 맞닿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합니다.
또한 영화 〈기생충〉의 가구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인 디자이너 박종선작가도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과 공간 사이를 매개하는 실내 가구를 선보입니다. 연희정음 내부에 설치된 그의 가구는 공간을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닌, ‘앉고 머무는’ 경험의 장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준비됐습니다. 11월 8일에는 참여작가인 김용관과 마누엘 부고가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려, 사진이라는 매체로 건축을 기록하는 의미를 논의합니다. 11월 22일에는 연희정음과 주한프랑스대사관의 리모델링을 맡은 건축가 김종석, 윤태훈이 보존과 재생의 건축적 고민을 공유합니다.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김현섭 교수의 학술 강연도 예정돼 있어, 김중업의 건축적 사유를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심층적으로 조망할 예정입니다.